해녀들이 경고한 용궁포 앞바다의 이상 현상이 과학적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올해 들어 용오름(바다 위에서 일어나는 회오리바람) 발생 빈도가 예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전통 지식을 가진 해녀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과학적 데이터로 확인된 이상 현상

용궁포해양관측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용궁포 앞바다에서 관측된 용오름은 총 47건으로, 평년 평균 15건의 3.1배에 달한다. 특히 10월과 11월에만 18건이 발생해 가을철 집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상청 부산지방기상청 해양기상과 김바다 연구사는 “바다 수온 상승과 대기 불안정성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용궁포 앞바다 평균 수온이 평년보다 2.3도 높았습니다. 따뜻한 바닷물에서 올라오는 수증기와 차가운 상층 대기가 만나면서 강한 상승 기류가 발생하는 것이죠. 이는 전형적인 기후변화 영향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용궁포 해역의 수온은 10년 전보다 평균 1.8도 상승했다. 이는 전국 평균 해수면 온도 상승률(1.2도)보다 높은 수치다.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용오름 증가는 해양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용궁포대학교 해양학과 박해양 교수는 “잦은 용오름으로 인해 해저 퇴적물이 계속 휘저어지면서 바다 투명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오름이 일어나면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흙과 모래가 물 위로 올라옵니다. 이 때문에 햇빛이 바다 밑까지 잘 들어가지 못해 해조류 성장에 영향을 주고 있어요.”

실제로 해녀들이 증언한 “미역과 다시마 색깔 변화”가 과학적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해조류의 광합성이 원활하지 않아 색깔이 진해지고 성장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패류 행동 패턴 변화

해녀 김정순 할머니가 언급한 “전복이 깊은 곳으로 숨어든다”는 현상도 과학적 근거가 있다. 해양생물학자 이물고기 박사는 “바다 환경 변화에 민감한 전복과 소라가 스트레스를 받아 더 안전한 깊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복은 수온 변화에 매우 민감한 생물입니다. 평소보다 높은 수온과 잦은 물의 움직임으로 인해 본능적으로 안전한 곳을 찾아 이동하는 거죠. 해녀분들의 관찰이 정확합니다.”

용궁포 수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전복과 소라 어획량이 작년 대비 30% 감소했다. 기존 서식지에서 찾기 어려워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통 지식과 현대 과학의 만남

흥미로운 점은 해녀들의 전통 지식과 현대 과학의 분석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것이다. 민속학자 김전통 교수는 “이무기 신앙은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전통적 지혜”라고 평가했다.

“용오름을 ‘이무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은 단순한 미신이 아닙니다. 바다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경고하는 생태학적 지식체계예요.”

해양학과 박해양 교수도 “해녀들의 세밀한 관찰력과 경험적 지식은 과학자들이 놓치기 쉬운 미세한 변화까지 포착한다”며 “전통 지식과 현대 과학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가속화 우려

전문가들은 용오름 증가가 기후변화 가속화의 신호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후학자 온지구 박사는 “해양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은 전 지구적 기후 시스템의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경고했다.

“용궁포 앞바다의 변화는 동해 전체, 나아가 북태평양 기후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역적 현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큰 변화의 일부일 수 있어요.”

국립기상과학원은 내년부터 용궁포 해역에 추가 관측 장비를 설치해 용오름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리나 개발과의 연관성

일부 환경단체는 계획된 마리나 시티 개발이 이런 환경 변화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용궁포환경보호협회 김환경 회장은 “이미 불안정해진 해양 환경에 대규모 매립 공사까지 더해지면 예측 불가능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연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무시하고 개발을 강행하면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과학적 데이터와 전통 지식이 모두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해녀들의 대응 방안

해녀회는 전통적인 바다 제사를 통해 이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김정순 할머니는 “조상들이 해왔던 방식대로 바다에 정성을 다해 빌어야 한다”며 “과학도 중요하지만 바다와 함께 살아온 지혜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해양학자들도 이런 전통 의식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박해양 교수는 “제사는 공동체가 환경 변화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중요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미래 전망과 대책

기상청은 기후변화가 지속되는 한 용오름 현상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어업 활동과 해양 안전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용궁포시는 “해양 기상 정보 시스템을 강화하고, 어민들에게 실시간 경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전통 지식과 현대 과학을 결합한 새로운 해양 관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과학과 전통이 만나 바다의 변화를 읽어내는 용궁포의 노력이 기후변화 시대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