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민호 후보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60년째 전통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순자(74) 할머니의 증언이 특히 가슴을 아프게 한다. 민호가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 바로 할머니가 끓인 국물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국물 한 숟가락까지…”

김순자 할머니는 23일 오후 청춘분식에서 만난 기자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21일 오후의 일을 회상했다.

“그날 오후 5시쯤이었어요. 민호가 혼자 와서 ‘할머니, 김치찌개 하나 주세요’라고 하더라고요. 평소보다 목소리가 작고 힘이 없어 보였어요. ‘왜 그러냐, 몸이 안 좋냐’고 물어봤더니 ‘괜찮다’고 하면서 고개만 끄덕이더라고요.”

김순자 할머니가 끓여준 김치찌개를 민호는 평소와 달리 천천히 먹었다고 한다. 특히 국물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마셨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보통은 밥만 먹고 국물은 좀 남기곤 했는데, 그날은 국물을 정말 깨끗하게 다 마셨어요. ‘할머니 음식이 이렇게 맛있었나’라고 하면서 환하게 웃어주더라고요. 그게 마지막이었을 줄이야…”

“정치 얘기하면서 눈물 글썽”

식사 중에 민호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임대료 인상으로 힘들어하는 상인들을 위한 대책을 묻기도 했다.

“‘할머니, 임대료 문제 정말 심각하죠?’라고 하면서 걱정하더라고요. 제가 ‘그래도 젊은 후보가 나서주니까 희망이 생긴다’고 했더니 눈물을 글썽이는 거예요. ‘할머니들이 힘들게 사시는 걸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하면서요.”

김순자 할머니는 “그 순간 이 아이가 정말 진심으로 우리를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과는 다른 마음씨를 가진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전통시장에서의 마지막 인사

식사 후 민호는 전통시장을 한 바퀴 돌며 상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건어물가게 최건어 씨와 생선가게 박바다 할머니도 그날의 민호를 기억하고 있다.

최건어 씨는 “평소보다 더 정중하게 인사하더라”며 “마치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저씨, 항상 건강하세요’라고 하면서 깊게 인사하는 거예요. 왜 갑자기 그러냐고 했더니 ‘그냥요’라고 하면서 웃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뭔가 예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박바다 할머니도 “그날 민호가 유난히 어른스러워 보였다”며 “마치 뭔가 큰 결심을 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고 증언했다.

“할아버지한테 갖다드릴 반찬”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민호가 할아버지 이동수 씨를 위한 반찬을 사간 일이다. 김순자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멸치볶음을 좀 싸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요즘 입맛이 없으시다’면서 멸치볶음을 포장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할아버지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예쁜 아이인지… 그런 아이가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이동수 씨는 “그날 밤 민호가 가져온 멸치볶음을 함께 먹었다”며 “할머니가 해주신 거라고 하면서 맛있게 먹었는데, 그게 마지막 식사였다”고 슬퍼했다.

세대 갈등 중재를 위한 노력

민호는 마지막 날에도 전통 상인들과 젊은 창업가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러 상인들에게 “서로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전통시장 상인회 김상인 회장은 “민호가 ‘어르신들과 젊은 사람들이 함께 잘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며 “구체적인 계획도 이야기해줬는데 정말 좋은 아이디어들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전통 음식점과 신식 카페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방안, 온라인 판매를 통해 전통 상품을 홍보하는 방법 등 젊은 아이다운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많았어요. 그런 계획들이 이제 물거품이 됐죠.”

“정말 착한 아이였는데…”

김순자 할머니를 비롯한 전통시장 상인들은 민호의 죽음을 아직도 믿을 수 없어 한다. 할아버지 이동수 씨의 타살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시했다.

“그렇게 착한 아이가 왜 갑자기 죽었겠어요. 분명히 뭔가 있을 거예요. 개발하려는 사람들이 민호를 방해물로 여겼을지도 몰라요.”

김순자 할머니는 “민호가 환경 보전과 전통 보호를 이야기할 때마다 눈이 반짝였다”며 “그런 아이를 누가 해쳤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말 “할머니, 고마워요”

민호가 청춘분식을 떠날 때 한 마지막 말이 김순자 할머니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가게를 나가면서 ‘할머니, 정말 고마워요. 할머니 덕분에 힘이 났어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할머니 가게가 계속 번창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면서 깊게 인사했어요. 왜 그렇게 말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요.”

김순자 할머니는 “민호가 먹은 그 자리를 아직도 치울 수가 없다”며 “그 아이가 앉았던 자리만 보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분위기 침울

민호의 죽음 이후 용궁포 전통시장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던 민호가 사라지면서 상인들의 마음도 허전해졌다.

“민호가 있을 때는 우리도 젊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다시 예전처럼 단절된 느낌이에요.”

하지만 상인들은 “민호의 뜻을 이어받아 전통과 현대가 조화하는 시장을 만들겠다”며 “그것이 민호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다짐했다.

추모 분위기 확산

청춘분식에는 민호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민호를 지지했던 젊은이들이 “마지막 식사를 했던 곳”이라며 찾아와 조문하고 있다.

용궁포대학교 학생 김하늘 씨는 “이민호 후보가 마지막으로 먹은 김치찌개를 저도 먹어보고 싶어서 왔다”며 “할머니께서 얼마나 슬퍼하시는지 보니까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순자 할머니는 “민호를 기억하는 젊은 친구들이 계속 찾아와 줘서 고맙다”며 “민호가 꿈꾸던 세상을 이 아이들이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9세 청년 정치인의 마지막 식사 자리가 전통과 미래, 세대와 세대를 잇는 상징적 공간이 되고 있다. 김순자 할머니의 김치찌개 국물 한 방울에 담긴 민호의 마지막 모습이 용궁포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