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포시의회가 19일 3조원 규모 마리나 시티 개발 사업 예산 심의에 착수했다. 하지만 첫날부터 태평건설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입찰 과정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왜 하필 태평건설인가”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민주당 박투명(56) 의원은 “태평건설이 주계약자로 선정된 과정에 의문이 있다”며 집중 추궁했다.

“국내에는 태평건설보다 규모가 크고 경험이 많은 건설회사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그런데 왜 하필 태평건설이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따낸 건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박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태평건설은 최근 5년간 1조원 이상 규모의 해양 개발 프로젝트 경험이 전무하다. 또한 회사 자본금도 500억원 수준으로 3조원 사업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입찰 과정의 불투명성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입찰 과정의 불투명성이다. 시는 “제한 경쟁 입찰”이라고 발표했지만, 참여 업체나 평가 기준 등 구체적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무소속 김공개(48) 의원은 “시민들이 알 권리가 있는 정보를 왜 숨기려 하느냐”며 “투명한 행정을 약속했던 서강철 시장의 공약은 어디 갔느냐”고 추궁했다.

시 관계자는 “아직 계약이 완전히 체결되지 않은 상태라 구체적 내용 공개에 어려움이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답변했다.

환경영향평가 일정도 의문

야당 의원들은 환경영향평가 일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당 윤환경(52) 의원은 “이런 대규모 해양 개발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에는 최소 2-3년이 걸리는 것이 상식”이라며 “6개월 만에 끝낸다는 것은 형식적 평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비슷한 규모의 해양 개발 프로젝트들은 평균 30개월의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거쳤다. 용궁포 사업은 6개월로 계획되어 다른 사업의 1/5 수준이다.

시민 의견 수렴 과정 부족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시민 의견 수렴 과정의 부재다. 무소속 이민주(45) 의원은 “이렇게 큰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 설명회 한 번 제대로 열지 않았다”며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시는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 전 전통시장 상인들이나 해녀 공동체 등 직접적 이해관계자들과 사전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발표 후 지역 사회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산 배분의 적절성 논란

예산 배분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의문스러운 부분들이 발견됐다. 민주당 최예산(49) 의원은 “건설비 대비 설계·감리비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며 “업계 평균의 1.5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총 3조원 중 설계·감리비가 3천억원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10% 수준을 넘어선 것입니다. 이런 과다 책정의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또한 “비상 계획비”라는 명목으로 5천억원이 별도 책정된 것에 대해서도 “구체적 용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태평건설 과거 이력 조사 요구

야당 의원들은 태평건설의 과거 프로젝트 이력에 대한 전면 조사를 요구했다. 민주당 박투명 의원은 “이 회사가 다른 지역에서 진행한 사업들의 성과와 문제점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태평건설은 2019년 경남 한 지역에서 진행한 관광단지 조성 사업에서 공사비 증액과 완공 지연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계약금액 대비 30% 증액되었고, 완공이 1년 이상 늦어졌다.

시민사회 투명성 요구

용궁포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모든 관련 자료의 즉각 공개”를 요구했다. 시민연대 정투명 대표는 “3조원이라는 거대한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이런 불투명성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민들이 직접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예산 심의 과정 전체를 시민들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민호 후보 “즉각 중단” 주장

이런 상황에서 이민호 예비후보는 “현재와 같은 불투명한 과정으로는 개발 사업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며 “당선되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시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졸속 개발보다는 신중하고 투명한 절차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정치적 공세” 반박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치적 공세”라며 반박했다. 국민의힘 서개발(58) 의원은 “지역 발전을 위한 좋은 사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며 “야당의 발목잡기”라고 비판했다.

“태평건설은 충분한 자격을 갖춘 우수한 업체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의혹으로 지역 발전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전문가 “절차적 정당성 확보 중요”

행정학 전문가 김투명 교수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라며 “시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투명한 과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철저한 검증과 공개가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사업의 성공과 시민들의 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어요.”

시의회 예산 심의는 이번 주 내내 계속될 예정이며, 앞으로 더 많은 쟁점들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