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호가 그냥 죽을 애가 아냐… 누가 우리를 속이고 있어”
이동수(82) 할아버지와의 단독 인터뷰는 지난 3일간의 신중한 접촉 끝에 성사됐다. 처음 연락을 시도했을 때는 “기자들은 믿을 수 없다”며 단호히 거절했던 그가 직접 본지에 연락해 인터뷰를 요청해온 것은 어제 오후였다.

인터뷰는 어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용궁포 그의 자택에서 진행됐다. 80년 된 한옥 대청마루에 앉은 할아버지의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손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민호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다”

김소영: 할아버지, 이민호 씨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가요?

이동수: (긴 침묵 후)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숨겨진 진실이 분명히 있어요. 민호가 그냥 물에 빠져 죽을 아이가 아니거든요.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란 애인데…

김소영: 경찰에서는 실족사로 결론지었는데요.

이동수: 그게 의심스러워요. 민호는 어려서부터 바다가 위험할 때를 아는 아이였어요. 30년 넘게 그 바다를 드나들면서 한 번도 위험한 일이 없었는데, 하필 그날 밤에… 그것도 개발 반대 활동을 하던 바로 그 시점에…

“그날 오후의 수상한 전화”

김소영: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동수: 여러 가지예요. 첫째는 민호가 그날 밤 늦게 나간 이유를 모르겠어요. 평소에는 저녁 9시 이후에는 절대 혼자 나가지 않았거든요. 둘째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날 오후에 이상한 전화가 있었어요.

김소영: 어떤 전화였나요?

이동수: 민호가 전화를 받더니 얼굴이 심각해지더라고요. “할아버지, 잠깐 나갔다 올게요”라고 하면서 급하게 나갔어요.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김소영: 전화 내용은 들으셨나요?

이동수: 일부만요. “예, 알겠습니다. 지금 가겠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목소리가 긴장된 것 같았어요.

“개발업체의 압박이 시작되고 있었다”

김소영: 이민호 씨가 개발 반대 활동을 하면서 압박을 받고 있었나요?

이동수: 최근 들어서 그런 일들이 있었어요. 지난주에는 정장 입은 외지인들이 우리 집 앞을 계속 서성거렸어요. 민호가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처리할게요”라고 했는데…

김소영: 구체적으로 어떤 압박이었나요?

이동수: 토지 매각을 강요하는 거죠. 처음에는 정중하게 협상하자고 하더니, 나중에는 “다른 방법도 있다”는 식으로 위협하더라고요. 민호가 그런 일들을 막아섰어요.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

김소영: 경찰 수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동수: 불만이 많아요. 너무 성급하게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해요.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아요. 현장 조사도 제대로 안 했어요. 민호 휴대폰도 찾지 못했고, 그날 밤 목격자 확인도 없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실족사라고 단정할 수 있나요?

김소영: 추가 수사를 요구하고 계신 건가요?

이동수: 당연히 요구하고 있어요. 하지만 경찰은 “증거가 없다”는 말만 반복해요.

“할아버지가 의심하는 시나리오”

김소영: 할아버지께서 생각하시는 진실은 무엇인가요?

이동수: (오랜 침묵 후) 민호가 그날 밤 누군가와 만나기로 했다고 생각해요. 개발 문제와 관련된 협상이었을 수도 있고… 민호가 최근에 개발업체의 비리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서류들을 조사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뭔가 중요한 것을 발견했을 수도 있어요.

김소영: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가요?

이동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혼자서라도 계속 찾을 거예요. 민호가 왜 죽어야 했는지…

“언론의 역할에 대한 당부”

김소영: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동수: 진실을 찾는 일에 도움이 되어 주세요. 권력 있는 사람들 편만 들지 말고, 서민들의 목소리도 들어주세요. 민호의 죽음이 그냥 묻히지 않도록…

김소영: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동수: (눈물을 글썽이며) 민호야, 할아버지가 끝까지 진실을 밝혀낼게. 억울하게 죽은 네 목소리를 세상에 알릴 거야.

2시간에 걸친 인터뷰 동안 이동수 할아버지는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의 의심은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구체적 근거에 바탕한 합리적 추론이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그것이 이민호 씨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용궁포 공동체가 해야 할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