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 오락가락, 조류도 달라져… “50년 만에 처음”

용궁포 해안가, 월요일 새벽 6시. 평소라면 해녀 할머니들이 물질 준비로 분주한 시간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김정순(78) 해녀조합장을 비롯한 해녀 7명이 바닷가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 상태가 이상해요. 50년 물질을 해왔는데 이런 건 처음이에요.”

김정순 할머니의 말에 다른 해녀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물속이 달라졌어요”

해녀 할머니들이 증언하는 변화는 구체적이다.

김정순 할머니는 “물질을 시작한 지 50년이 넘었는데 바닷속 상황이 이렇게 급격히 변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평소 물 온도가 18도 정도였는데 요즘은 갑자기 차가워지거나 뜨거워지거나 해요. 조류도 이상하게 흘러서 물질하기 위험해졌고요.”

박영자(65) 할머니도 “잠수할 때마다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며 “무서워서 깊이 들어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해조류 색깔도 변했다. 이갑순(71) 할머니는 “미역이랑 다시마 색이 예전만 못하다”며 “물고기들도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말했다.

안전 우려로 작업 중단 검토

해녀들은 집단으로 물질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전통 해녀 공동체에서 안전 문제로 작업을 멈추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정순 할머니는 “어제 물질을 나갔다가 평소보다 일찍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며 “바닷속에서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고 말했다.

“60년 가까이 이 바다에서 생계를 꾸려왔는데 안전을 위해서라면 물질을 멈춰야 할 상황이에요.”

환경단체 “전통 지식 존중해야”

용궁포 환경보호협회 김미영 회장은 “전통 해녀들의 환경 관찰 능력은 과학적 장비보다 정확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해녀 할머니들이 50년 이상 직접 체험한 바다 환경 변화 증언은 소중한 환경 지표입니다. 과학적 조사와 함께 전통 지식을 존중하는 접근이 필요해요.”

환경단체는 해녀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용궁포 해역 환경 조사를 해양수산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이갑순 할머니는 “개발 준비 작업이 시작된 이후 바다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바다를 건드리면 바다가 화를 낸다는 옛말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순 할머니는 “바다가 아프면 우리도 아프다”며 “개발도 중요하지만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