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용궁포 해양보호구역 지정' 요구… 개발계획과 정면충돌

용궁포 시청 앞, 어제 오후 2시. 환경보호협회 회원 30여 명이 “해양보호구역 지정”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김미영(45) 환경보호협회 대표가 확성기를 들고 외쳤다. “용궁포 바다는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보전의 대상입니다!”

집회 참가자들 중에는 해녀 할머니들과 젊은 환경 활동가들이 함께 섞여 있었다. 세대를 넘나드는 연대가 환경 보호라는 공통 목표 아래 이뤄지고 있었다.

용궁포 환경보호협회는 어제 해양수산부에 용궁포 연안 해역의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공식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신청 내용:

이번 신청은 현재 추진 중인 용궁포 개발 계획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대규모 매립이나 건설 공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이 제시한 과학적 근거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부산대 해양학과 이현주 교수 연구팀이 실시한 생태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용궁포 연안의 생물 다양성 지수는 전국 평균의 2.3배에 달한다.

주요 조사 결과:

이현주 교수는 “용궁포 해역은 한국 연안에서 보기 드문 생태계 보고”라며 “개발로 인한 파괴는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역 해녀들이 적극적으로 보호구역 지정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순(67) 해녀조합장은 “50년 넘게 물질을 해왔는데, 요즘 바다 상태가 예전과 너무 달라졌다”며 “개발 때문에 바다가 더 망가지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홍순례(72·해녀 경력 45년)는 “미역이랑 다시마가 줄어들고 있어요. 바다 밑바닥도 예전만 못해요”라고 말했다.

해녀조합은 공식적으로 보호구역 지정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통 어업과 해양 생태계는 함께 보전되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젊은 세대들도 환경 보호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용궁포 청년회 김민수(25) 회장은 “경제적 이익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이 더 중요하다”며 “환경을 파괴한 개발로는 진정한 번영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환경 동아리 회원들도 자발적으로 서명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지은(22·부산대 환경공학과)은 “기후변화 시대에 해양 생태계 보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라고 말했다.

해양보호구역 지정 절차는 신청서 접수 및 1차 검토(1개월), 현장 조사 및 전문가 평가(2-3개월), 지역 주민 의견 수렴(1개월), 관계 부처 협의(1개월), 해양수산부 최종 결정(1개월) 등을 거친다. 전체 과정은 약 6-8개월 소요될 예정이다.

환경 법률 전문가인 이상민 변호사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고 지역 주민 지지도 높아 지정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다만 개발 이익 집단의 반발이 예상되므로 절차 진행 과정에서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예상대로 개발 추진 세력들은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태평건설 관계자는 “일방적인 보호구역 지정으로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 측은 “개발 우선주의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며 “과학적 근거와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맞섰다.

환경 활동가들은 이번 보호구역 지정 요구가 이민호 씨의 유지를 이어받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김미영 환경보호협회 대표는 “이민호 군이 그토록 지키려던 용궁포의 가치를 제대로 보전하는 것이 그에 대한 최고의 추모”라며 “그의 뜻을 이어받아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정순 해녀조합장의 말이 울림을 준다. “바다는 우리가 빌려 쓰는 것이에요.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하는 소중한 유산이죠.”

환경단체 ‘용궁포 해양보호구역 지정’ 요구… 개발계획과 정면충돌